전작을 뛰어넘으려한 노력만큼은 가상했던 ‘슬렌더: 더 어라이벌’ 리뷰

리뷰 작성일 : 2014-06-23

 

 

Slender: The Arrival

게임포럼 양정훈기자2014.06.23 13:48:45


슬렌더-더어라이벌.png

 

미국에는 꼬마 아이들을 공포에 떨게 하는 슬렌더맨 이야기라는 괴담 하나가 있다. 항상 어린 아이 주변에만 출몰하며, 깡마른데다가, 키가 매우 크고, 얼굴은 달걀 표면 마냥 매끄럽고(, , 입이 존재하지 않으면서), 심지어 촉수(?!)까지 달린 괴물에 대한 괴담이다. 그는 말했듯 어린 아이 주위에서만 출몰해 그 어린 꼬마들을 납치하는, 영 좋지 못한 손버릇을 가진 나쁜 괴물로 슬렌더맨이란 이름을 가졌다.


사실 이 괴담은 인터넷으로부터 조작된 것. 하지만 사회적으로 붐을 일으키게 됐고, 이러한 붐에 힘입어 해당 괴담을 바탕으로 독특한 공포 게임이 탄생했다. 바로 파섹 프로덕션(Parsec Productions)의 <슬렌더더 에잇 페이지스(Slender: The Eight Pages, 이하 더 에잇 페이지스’)>.


716d3e3a59a38fa67e23930065d6b673.jpg



ss_9d559cf0437931888e1ea13868355ab648004ebc.1920x1080.jpg


아니, 오늘 리뷰할 게임은 <슬렌더: 더 어라이벌(Slender The Arrival, 이하 더 어라이벌’)> 아닌가요?”라고 물을 수 있겠지만, <더 어라이벌> <더 에잇 페이지스>의 정식 후속작으로 그 고유의 게임성을 그대로 유지한 부분이 크기에 먼저 설명하고 넘어가야 한다.

 

<더 에잇 페이지스> 2012 6, PC Mac을 통해 무료로 배급된 인디 게임이다. 게임의 그래픽뿐만 아니라 플레이 방식, 그리고 플레이 타임 이 모든 것들이 전혀 돈 벌 생각 없이 만든 티가 역력했다. 돈 받고 팔았으면 정말 욕먹었을 정도로 조잡한 게임이기도 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에잇 페이지스>는 공포 게임이 가질 수 있는 게임성 하나엔 정말로 충실했고, 수많은 이용자들에게 충격과 공포를 선사하게 됐다. 그만큼 조잡하지만 '공포'라는 메인 콘텐츠만큼은 잘 구성했던 게임이었던 듯하다.


716d3e3a59a38fa67e23930065d6b673.jpg

 

ss_e5c56dc0eef8b4e60d34ae30895545874f8392a7.1920x1080.jpg


각설. 이제 해당 게임에 대해 제대로 알아보자. <더 에잇 페이지스> 1인칭 시점을 채택한 3D 공포 게임으로, 이용자는 각 맵에 존재하는 8개의 쪽지를 모두 모아야 한다. 각 쪽지는 10군데의 특정 지역에 존재하며, 각 쪽지는 매 게임마다 10개의 위치 중 한 장소에서 랜덤하게 생성된다. 게임에는 HP바나 아이템 등의 부가 요소는 단 한 가지도 존재하지 않으며 오직 이용자와 슬렌더맨’, 단 둘만 존재한다. 이용자는 절대로 '슬렌더맨'에게 잡히거나, 그를 계속해서 응시해선 안된다. 쉽게 말해 '위협을 피해 쪽지를 모으는 것'이다. 말 그대로 목적에 충실한 게임. 이용자가 할 수 있는 활동은 플래쉬 라이트를 비치고, WASD 키를 이용해 캐릭터를 이동시키는 것뿐이다.


716d3e3a59a38fa67e23930065d6b673.jpg

 

ss_b1c6109d69e638d80739f156614e9db2cd4be70f.1920x1080.jpg


이렇게 간단한 목적을 가지고, 간단한 조작뿐이 할 수 없는 게임인데도 정말 많이 무섭다. 전체적인 게임 그래픽은 무거운 분위기로 구성됐고, 손전등 하나만을 이용해 어두운 장소들을 탐색해야한다는 무언의 압박감이 존재한다. 게다가 이용자는 언제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슬렌더맨'을 보기 싫음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어디에 있는지 확인해야 하니 더더욱 공포감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사운드는 훌륭한 편은 아니지만, <더 에잇 페이지스>와 마찬가지로 이용자의 심장을 떨리게 하는 데엔 아쉬움이 없다.


여기에 <더 어라이벌>은 조작감이 영 좋지 않아 캐릭터 이동이 여러모로 불편하다. 그 덕분에 캐릭터를 내가 원하는 대로 조작하기 힘들다는 사실이 자꾸 머릿속을 맴돈다. 이러한 생각이 맴돌던 와중, 어두운 숲속 저 멀리서, 얼굴은 허여멀건데 눈, , 입은 어딘가로 사라져버린 키 큰 괴물 슬렌더맨을 발견하는 순간, 그가 아무리 멀리 있다 하더라도 일단 이용자의 정신이 요동치기 시작한다.


716d3e3a59a38fa67e23930065d6b673.jpg


ss_78653ec456cd850260b75a3882a4807ba1f43bb8.1920x1080.jpg

 

그래, 여기까진 어느 정도 참아볼만하다. 그런데, 쪽지를 모으면 모을수록 슬렌더맨은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것 같고(아니, 진짜로 다가온다), 배경음도 점점 음산해지며, 이전과는 어딘가가 약간씩 달라진 음악이 들려온다. 즉, ‘점점 무서운 음악이 들려온다! 그리고 마침내 눈앞에서 슬렌더맨을 맞닥뜨렸을 때는 어느새 키보드를 집어던지고 있는 자기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데, 던지고 나면 후회할 테니 절대 무언가를 던지는 일은 없도록 하자(필자는 정말로 집어던졌다. 아웃라스트 때는 헤드셋을 집어던졌고). 물론, 당신이 게임에 초월적인 감각이 있어 슬렌더맨과 한 번도 마주치지 않고 게임을 클리어한다면 상관없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매우 낮지 않겠는가.


716d3e3a59a38fa67e23930065d6b673.jpg

 

ss_6706f80d2c5c571e750dad69dd30a0112c8a5c0b.1920x1080.jpg


그리고 이러한 게임성, 즉 공포를 극대화할 수 있는 이 게임성은 2013년 10월 출시된 <더 어라이벌>에도 그대로 적용됐다. 즉, <더 어라이벌>은 <더 에잇 페이지스>의 그래픽을 개선하고, 몇몇 미션을 부가해 새롭게 출시된 게임인 것. 심지어 8개의 쪽지를 모으는 미션까지 똑같이 적용됐다. 


그런데 <더 어라이벌>은 정식 게임이고, 스팀을 통해 실제로 판매되는 게임이다. 8개의 쪽지를 모으는 것만으로는 상당히 짧은 플레이 타임을 제공할 수밖에 없다. 또한, 후속작에서 ‘8개의 쪽지 모으기라는 콘텐츠만으로 이용자의 관심을 끌기도 힘들다. 따라서 신규 콘텐츠 추가가 필요하고, 여러모로 손봐야할 곳이 많아지게 된다. 이전에는 그냥 한 번 플레이 해볼 만한 게임이었다면, 이제는 이용자들이 구매하게 만들어야 하는 게임이 됐으니까.


716d3e3a59a38fa67e23930065d6b673.jpg

 


ss_94f96abdbf199f9711ac854e6e6a19ee792e1b08.1920x1080.jpg


그렇다면 <더 어라이벌>은 해볼 만한 게임인가? 그렇다. 해볼 만한 게임의 기준은 여전히 통과하고 있는 <더 어라이벌>이다. 그렇다면 구매할만한 게임인가? 그렇지 않다. 정말로 애매하다. 필자가 주고 싶은 평가는 딱 이렇다. ‘세일 할 때 사시면 됩니다.’

 

<더 어라이벌>은 기존의 <더 에잇 페이지스>가 가지고 있던 게임성을 비약적으로 발전시킨다든가, 아니면 약간이라도 더 발전시킨다든가 하는 부분을 실질적으로 느끼기 어렵다(물론 노력했던 부분은 여기저기 보인다). 해당 게임이 <더 에잇 페이지스>를 뛰어 넘고, 단순한 인디 게임을 뛰어넘으려고 고군분투했으나, 뜻처럼 흘러가지 않았던 부분들을 설명해 보겠다. 그리고 설명 시작 전 <더 어라이벌>이 가진 장점은 슬렌더맨이라는 독특한 콘셉트를 밀고 나왔던 <더 에잇 페이지스>의 공포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님을 명시하겠다.


716d3e3a59a38fa67e23930065d6b673.jpg

 

ss_74c39a1d7b8523fa7fe5c1dbac97a81b89aa71b5.1920x1080.jpg


먼저 <더 어라이벌>은 이전 <더 에잇 페이지스>의 짧은 플레이 타임을 벌충하기 위해 갖가지로 노력했다. 솔직히 8개의 쪽지를 모으는 미션은 슬렌더맨 시리즈(수많은 아류작들을 포함한)의 기존 콘셉트니 <더 어라이벌>의 플레이 타임을 매우는 데 이용된다고 비판을 가할 필요는 없다. 그리고 당연히 <더 어라이벌>의 챕터 중 한 챕터에 들어가 플레이 타임의 일부로 구성돼 있다. <더 어라이벌>에는 이처럼 8개의 쪽지를 모으는 미션 이외에 8개의도 발전기를 가동시켜야 하는 챕터와, 8개의 창문을 닫아야 하는 챕터가 존재한다.

 

그런데 필자는 해당 게임이 이놈의 8에 왜 이렇게 집착하는지 모르겠다. 인간이 숫자 8을 무서워하는 공포증이 있다고는 하지만, 이처럼 한 숫자에 이유 없이 집착하는 것은 유치하기 짝이 없다. 예컨대, 국내에서 숫자 ‘4’가 죽을 사()와 같은 발음을 가진다해서, 별 이유도 없이 숫자 4를 공포를 자극하는 요소인 양 포장하는 3류 공포물들처럼 말이다. 숫자 8이 가지는 개연성은 스토리를 아무리 헤집어 봐도 찾아볼 수가 없다. 또한, 모든 미션에서 목표로 하는 개수가 8개라는 점을 고려해보면, 의도해서 8이라는 숫자를 선정한 것은 분명하다. 생각 없이 넣었다는 느낌만 자꾸 든다.


716d3e3a59a38fa67e23930065d6b673.jpg

 

ss_3d685adfdc9257bdff6bcd6a7288a41f0b3c9292.1920x1080.jpg


물론, 숫자 선정은 그렇게 중요한 부분은 아니다. 어쨌든 필자가 하고 싶은 말은, 위 같은 챕터를 추가했음에도 불구하고 플레이 타임이 여전히, 심각하게 짧다는 점이다. 공포 게임을 정말로 두려워해서, 한 발자국 앞으로 가는 것조차 망설이는 그런 이용자가 아니라면, 게임은 웬만해선 3~4시간 이내로 끝난다. 빨리 깨면, 물론 더 빨리 끝나겠고. 그리고 저렇게 짧은 플레이 타임은 해당 게임의 숙련자로부터 나오는 플레이 타임이 아니라, 처음 시작하는 초심자에게서 나오는 플레이 타임이다. 한마디로 게임의 콘텐츠가 정말로 부실하다.


716d3e3a59a38fa67e23930065d6b673.jpg

 

ss_bb15ac4d5429d48d5ed26d34dc47ebfb27b571d5.1920x1080.jpg


이 부족한 것을 어떻게든 벌충하려한 노력이 느껴지지만, 한편으론 괘씸하기 짝이 없었다. 바로 <더 어라이벌>의 마지막 챕터인 제네시스(Genesis) 챕터 때문이다. 해당 챕터는 이전 <더 에잇 페이지스>를 그대로 옮긴 뒤, 약간의 그래픽에 개선을 가한 일종의 보너스 맵에 불과하다. 어떠한 새로운 요소도 추가되지 않았으며, 단순히 플레이 타임을 채우기 위해 이전 작품을 활용한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해외 위키에 설명돼 있는 바에 따르면, 해당 챕터는 이전 작품인 <더 에잇 페이지스>의 주인공이 겪었던 일을 회상하는 챕터라고 한다.포장은 그럴 듯하지만, 실상은 이처럼 찝찝하기 그지없는 애물단지 챕터에 불과하다. 차라리 게임 메뉴에 ‘<더 에잇 페이지스> 체험 해보기라는 버튼을 넣어두었다면 단점이 아닌 장점으로 승화시킬 수 있었을 텐데. 이처럼 게임의 콘텐츠를 어떻게든 늘려 나가려고 노력했으나이용자가 보기에도 부실하게 느껴지는 게임 콘텐츠의 양과이를 어떻게든 늘리기 위해 갖은 술수를 부렸던 것이 필자가 설명하고 싶었던 첫 번째 문제점이었다.


716d3e3a59a38fa67e23930065d6b673.jpg

 

ss_48ff2cd131f0fc0c11df617eeb2bfd54da3afb37.1920x1080.jpg


다음은 게임의 스토리다. <더 어라이벌>의 스토리는 어떻게 하면 게임의 스토리를 처음부터 잘 짜낼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스토리도 어떻게 해야 원래의 게임 구성에 잘 우겨 넣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서 시작된 듯하다. 차라리, 우겨 넣더라도 밸브(Valve)의 빠루신이 등장하는 모 게임처럼 잘 우겨 넣었다면 말이라도 하지 않겠다


<더 어라이벌>의 배경이 되는 스토리는 다음과 같다(약간의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으니 이부분은 뛰어넘어도 좋다). 이전 작품의 주인공인 케이트(Kate)는 슬렌더맨에 의해 위험에 빠지게 된다(이것이 <더 에잇 페이지스>의 주 내용). 행방이 묘연해진 케이트를 찾기 위해 그녀의 집을 찾은 단짝친구 로렌(Lauren). 그런데 그녀는 슬렌더맨과 후드를 쓴 케이트 둘 모두에게 쫓기는 신세에 놓이고 만다. 목숨을 걸고 말이다.


716d3e3a59a38fa67e23930065d6b673.jpg

 

ss_a278dbaf1a3f10e73d14d445f02d19afd7da506b.1920x1080.jpg


기본 스토리 구성이야 친구 찾아 삼만리하다가 봉변당하는 내용이고, 딱히 까고 싶지 않지만 스토리 중간마다 ?’라는 단어를 대입해도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수두룩 빡빡하다. 예컨대 가장 중요한 중 하나인 왜 케이트는 친구였던 주인공을 공격하게 됐는가?’에 대한 설명도 똑바로 나와 있지 않고, ‘왜 슬렌더맨은 케이트를 죽이지 않았는가?’에 대한 설명도 제대로 돼있지 못하다. 심지어 스토리에 전혀 개연성 없는 남자 꼬마 아이도 존재하는데, 이 아이에 대해 알만한 방법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 그냥 그 아이의 이름만 아는 정도? 


즉, 게임 내 캐릭터들의 행동 이유’가 전혀 설명되지 않는다. 게임을 하면 할수록 의문만 남는 게임. 제작자가 이용자 여러분의 상상에 맡깁니다하고 의도한 것도 아니고, 게임의 설정 구멍이 너무나도 많이 보인다. 스토리가 게임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떠오르는 최근 추세를 생각하면 특히 아쉬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 글 몇 자만 좀 더 잘 끄적이면 해결되는 문제인데 말이다. 이처럼 스토리를 어떻게든 끼워맞추려다가 제대로된 플롯 구성에도 실패했다는 점을 필자는 두 번째 문제점으로 들고 싶다.


716d3e3a59a38fa67e23930065d6b673.jpg

 


ss_2ee96fdde44028ecce7ae55b9e9fcf1bf0aa1fe4.1920x1080.jpg


<더 어라이벌>은 분명 공포라는 요소만큼은 제대로, 나쁘지 않게 살린 게임이다. 하지만,  공포는 전작 <더 에잇 페이지스>에서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공포다. ‘슬렌더맨 시리즈의 특징은 슬렌더맨이 갑자기 튀어나옴에도 불구하고 그 자리에서 멀뚱히 서있는, 다른 스릴 넘치는 공포 게임들과는 다른 정적인 모습이다. 하지만 <더 어라이벌>은 후속작임에도 불구하고 더 나아가는 데엔 여러모로 무리가 따랐나보다.

 

더 나아가기 위해서인지, 다른 공포 게임과 마찬가지로 주인공을 미친 듯이 쫓아오는 또 하나의 캐릭터를 추가했으나 필자가 보기엔 이도저도 아닌, 오히려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모두 놓쳐버리는 상황에 놓인 것 같아, 또 한 번 아쉽다. ‘슬렌더맨 시리즈 고유의 공포가 다소 죽어버리는 결과를 낳아버렸기 때문이다. 어쨌든 필자는, 콘텐츠의 부실과 스토리의 부실, 두 가지를 대표적으로 들면서 <더 어라이벌>의 구매를 추천하지 않겠다. 세일이 아니면 구매는 반드시 피했으면 한다.

 

 

를 누르면 매주 추첨을 통한 무료게임 증정!

 

 

 

게임포럼(Copyright ⓒ GameForu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