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따윈 엿바꿔먹어, '야이바: 닌자가이덴Z'리뷰

리뷰 작성일 : 2014-04-24

 

 

YAIBA Ninja Gaiden Z

게임포럼 이용수기자2014.04.24 17: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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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만화와 영화, 그리고 게임이 그야말로 ‘난무’하는 나라 일본. 그곳에서 세상에 빛을 보기 위해 등장하는 이야기들은 상상을 초월한다. 그 이야기의 훌륭함이 시궁창에 처박힐 정도의 수준인 것도 있고, 쿠엔틴 타란티노 귀싸대기를 후려갈길 만큼이나 대단한 이야기가 탄생하는 경우도 있다. 한 마디로 ‘발칙한 상상을 하는 이야기꾼’들이 많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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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신기하리만치, 일본의 ‘이야기꾼’들은 사이보그라는 존재를 굉장히 애용한다. 사이보그라는 존재의 시초가 일본에서 나온 것도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으로 많이 사용된다.
 
굳이 그 이유를 찾아 설명한다면, 일본이 초인화된 신체 개념에 비교적 자유로운 사고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기독교 사상에 뿌리를 두고 있는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일본은 국한 받지 않았던 것. 때문에 국수적 이데올로기의 바탕 위에 서양에 대한 사대의식, 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 실추된 자국민들의 자존심을 초인화 된 신체 사이보그를 통해 해소하려 한 부분이 강했다. 그 결과가 일본 애니메이션만의 유일한 장르인 ‘메카물’로 빚어졌으며, 이 과정에서 ‘마징가Z’나 ‘기동전사 건담’과 같은 거대 로봇들이 등장하는 공상과학 만화가 탄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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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1963년 데즈카 오사무 감독에 의해 자의식을 가진 로봇 '아톰'으로 처음 세상에 나오게 된다. 그렇게 시작된 사이보그의 이야기는 ‘신조인간 캐산’이나 ‘에이트맨’, ‘가면라이더’등으로 이어져 현재에 이르고 있다.

생명 창조라는 신의 영역에 대한 인간의 도전을 경고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던 사이보그와 관련된 이야기들은 시간이 지나며 한 가지 공통점을 띄기 시작했다. 그것은 바로 인간이 사이보그가 되면서 느끼게 되는 진한 페이소스를 그리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필멸자에서 불멸자가 되는 순간 찾아오는 감정과 혼란, 어쩔 수 없는 이유로 인해 친구, 가족, 사랑하는 사람과 다른 존재가 된다는 슬픔, 자신의 인생이 송두리째 바뀌어 버렸을 때의 고뇌 등등. 감정과 사고는 여전히 뼈와 살, 세포로 된 나약한 인간이지만 영원히 늙지 않는 차가운 금속의 몸이 되었을 때 인간이 느끼는 감정을 심도 깊게 파고들었다.




때문에 사이보그가 등장하는 이야기들의 중심은 ‘강한 신체를 가지게 된 초인의 활약’이 중심이 된 화려한 액션 활극과 함께 한편으로는 인간의 내면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고 여운을 남기는 스토리라고 할 수 있었다. 사이보그가 등장하는 이야기는 현대에 들어 더욱 스토리에 힘이 실리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세상에는 ‘절대’가 없는 법. 필연적으로 인간이 아프고 고뇌해야만 하는 이야기를 소재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페이소스고 나발이고 ‘저놈들을 죽이고 또 죽이고 잔인하게 죽이고 복수를 위해’살아가는 사이보그 인생을 그린 이야기도 있다. 그런 이야기의 주인공에게 스토리나 인간 내면의 감정 따윈 달달한 엿을 바꿔먹을 만한 수준의 존재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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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 ‘헐크’의 어보미네이션처럼, 사이보그화 된 나의 몸은 ‘땡큐’
사이보그가 인간적인 주제를 다양하게 면주하는 은유적인 캐릭터로 사용이 되는 이야기의 전개는 보는 이들에게 있어서 그다지 생소하지 않다. 서문에서 언급했다시피 인간이 사이보그가 되면 필연적으로 인간적인 고뇌에 부딪히고 그 과정의 페이소스를 그리는 것이 이야기의 핵심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은하철도999’의 테츠로와 같이 자기 자신의 의지로 사이보그가 되겠다는 케이스는 극히 드물다(게다가 그 심경이 여행 도중에 불멸자가 되는 것에 대한 허무함을 느끼고 사이보그가 되지 않았다). 대부분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사이보그화가 진행된다. 당연히 격랑의 소용돌이에 빠져 멘탈이 갈기갈기 찢겨지지 않을 수 없다. 첫 등장부터 정의를 수호하는 사도라는 이미지를 물씬 풍기는 유쾌 발랄 정의수호 용사 사이보그인 ‘용자왕 가오가이거’의 가이마저도 에픽 스토리에서 처음 사이보그화가 되었을 당시 엄청난 충격으로 슬퍼하는 신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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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다른 존재’가 되는 것은 특별한 것이기도 하지만, ‘노멀한 인간’이 감당할 수 없는 거대한 심정적 아픔이 반드시 동반되어야 하는 것이기도 하다. 스파이더맨의 유명한 명대사로도 나오지 않는가. ‘큰 힘엔 그만한 큰 책임이 따른다(The great powers comes to great responsibility)’라고. 그 큰 힘을 얻는 과정에서 인간에게 놓이는 시험 과정은 그야말로 오롯이 감내하기에는 힘든 그것임에 틀림이 없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예외는 있으니. ‘인간적이지 않은’경우들이라고 할 수 있다. 마블 원작의 헐크에서 나오는 어보미네이션(영화 인크레더블 헐크에 나오는 적, 변종 헐크로 무지막지하게 쎄다)과 같이 오로지 자신에게 강한 힘이 부여되고 그것을 이용해 더 강한 적과 싸워 이기는 쾌감만으로 살아가는 변태들의 케이스도 충분히 있는 법이다.
 
<야이바: 닌자가이덴Z(이하 닌자가이덴Z)>의 주인공이 바로 그렇다. 많은 이들이 알고 있듯이 일본이 낳은 명작 횡스크롤 액션 게임 브랜드인 <닌자가이덴>의 원 주인공인 류 하야부사다. 일본이 낳은 간지 닌자의 전형적인 그의 이미지를 그려 본다면 ‘변태들’과는 전혀 맞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물론 다른 의미로 변태일지도).
 
물론, <닌자가이덴Z>의 주인공은 하야부사가 아니다. 사이보그가 된 자신의 몸을 매우 만족스럽게 탐닉하는 다른 ‘싸움&학살변태’가 주인공인 것이다. 게임 명만 보고 닌자의 전형을 보여주는 주인공의 모습만 생각했다가 구매를 한 유저들에게는 참으로 ‘띠로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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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이 바뀌고, 이야기가 바뀌고, 게임의 색도 바뀌고.
그렇다면 <닌자가이덴Z>의 주인공은 누구일까. 그리고 게임 브랜드의 핵심이자 아이콘이라고 할 수 있는 하야부사는 나오지 않는 것일까.
 
유저들의 애타는 마음을 읽었는지 아니면 낚시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하야부사는 게임 처음부터 등장한다. 오프닝에서부터 등장해 자신과 대치한 이름 모를 닌자와 멋진 싸움을 벌이며 유저들의 심쿵을 유도하기 시작하는 것. 그리고 하야부사는 이기는 편 우리 편이라는 진리를 보여주듯 멋진 모션으로 상대의 검과 함께 몸도 절단을 내버린다. 그 과정에서 솟구치는 새빨간 선혈은 그야말로 게임의 코어함을 인증하는 아이콘과도 같다.
 
그렇게 하야부사가 승리를 하고 이제부터 하야부사에 대한 스토리가 기대될 즈음, 갑자기 화면의 포커스는 하야부사에게 가차 없이 베어진 닌자에게 맞춰진다. ‘<닌자가이덴>이라고는 했지만 류 하야부사가 주인공이라고는 안 했지롱’이라고 말하는 팀 닌자의 조롱이 아련하게 세반고리관을 때리는 순간, 이용자들은 그 때부터 <닌자가이덴Z>의 주인공이 류 하야부사가 아니라 그에게 패배한 이름 없는 닌자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바로, 카미카제 야이바라는 이름을 지닌 닌자인 것이다.
 
몸이 처참하게 절단이 나 버린 야이바는 포지인더스트리라는 업체에 의해 기계화가 된다. 사이보그라고 하기에는 조금 부족한 수준이지만 어쨌든 오른쪽 팔과 몸, 그리고 머리 일부를 제외하고 기계화가 된 야이바는 자신의 몸을 이렇게 만든 하야부사에 대한 적대감으로 불타오르고, 하야부사가 동유럽에서 발생한 좀비 사건으로 떠났다는 사실을 입수해 그 뒤를 쫓는다. 야이바라는 닌자가 난데없이 좀비와 싸우게 된 이유는 바로 ‘하야부사가 갔기 때문에’가 되는 것이다.
 
오프닝에서도 여실히 드러나지만, 게임의 주인공인 야이바는 기존 <닌자가이덴>시리즈의 주인공 하야부사와는 완전히 대칭에 있는 캐릭터다. 과묵하고 어둠 속에 존재하는, 비밀리에 움직이는 ‘닌자’라는 이미지를 확실히 풍겨 주는 것이 하야부사인 것과 달리, 야이바는 그야말로 ‘희대의 개쌍놈’과 같다. 입에 걸레를 물었고 끊임없이 주절댄다. 전투 도중 맞닥뜨리는 적을(물론 대화를 할 수 없는 좀비들이 대부분이지만) 모욕하거나 도발하는 비매너 키워질도 아랑곳하지 않는 마인드의 소유자다(일베 수준이다). 그야말로 ‘저게 어딜봐서 닌자냐’라는 반문을 할 수 있을 정도(핫토리 한조가 지하에서 통곡할지도).


하지만 야이바의 이런 더티한 매력은 색다른 캐릭터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게임을 아우르는 야이바의 ‘더러운 매력’은 포지인더스트리의 과학자 미스 먼데이와 회장인 델 곤조와의 캐미스트리에서 더욱 폭발하는데, 야이바를 사이보그화 할 수 있는 부품으로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 비윤리적이고 정상적이지 않은 사고방식을 가진 섹시한 먼데이와 이죽거리며 닌자 워리어인 야이바를 자신의 개가 되기를 강요하는 델 곤조와의 대화는 야이바의 캐릭터성을 본작의 매력으로 만들기에 충분하다.




하야부사에 향하는 불타는 복수심, 알긴 알겠는데
어쨌든 이렇게 기계화가 된 야이바는 포지의 기술력과 먼데이의 서포트를 받으면서 동부 유럽에서 발생한 좀비 브레이크에 뛰어든다. 이유는 전술했듯이 철전지 원수이자 뛰어넘어야 할 벽인 하야부사를 죽이기 위해서. 때문에 기본적으로 야이바는 하야부사에 대한 적개심을 게임 곳곳에서 드러내고 있다.
 
하야부사를 죽이겠다는 야이바의 과격한 감정은 게임 중간 중간에 먼데이와의 교신을 통해서도 종종 등장하고, 이 정도 되면 복수심이나 적개심이 아니라 애정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본격 하야부사 스토킹 게임).

  
하야부사가 정의감에 뭉친 과묵한 언성 닌자 히어로라면 야이바는 상스럽고 세련되지 않은 안티 다크 히어로라고 할 수 있는데, 전형적이지는 않지만 이런 독특한 매력은 분명 매력이 되기는 한다.
 
그런데 사이보그가 된 몸도 하야부사를 죽이기 위해 사용할 수 있다면 ‘감사하는’것이 야이바의 마인드가 되면서 더 이상 야이바가 사이보그가 된 것은 게임에서 그다지 중요한 것이 아닌 일이 된다. 이제부터는 그냥 여기저기서 등장하는 좀비들을 죽이고, 또 죽이고, 계속 죽이는 것이 일이다. 중간에 ‘하야부사 게섯거라, 쿠헤헤’하는 것 정도? 자다가 일어나서 사이보그가 되었는데 별로 슬프지 않은 상황에서부터 게임의 스토리는 별 거 없는 수준이 된다는 얘기다.
 
게다가 등장인물도 포지 인더스트리의 관계자 2명과 하야부사, 그리고 하야부사의 조력자인 여닌자 모미지가 전부다. 백번 양보해서 좀비까지 등장인물이라고 쳐도 채 10명이 안 되는 숫자.
 
그래서 초반 강렬하게 다가온 더티 히어로와 그를 둘러싼 조력자들의 캐미는 게임 초중반이 되고 난 뒤에는 시들시들 해 져 버린다. 인간이 자신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사이보그화가 되어 좌절하는 등, 사이보그를 소재로 하는 이야기에 들어가 있는 심도 깊은 성찰과 인간 내면의 자기비판 따위는 달나라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하야부사와 싸우다가 베여져서 사이보그가 되어 얼씨구나 하고 엄한 좀비 죽이는 게임’이라는 한 유저의 말은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게다가 사실이며 저게 전부다!).

액션이 호쾌하고 멋지다는 것도 알긴 알겠는데
일단 스토리라도 청국장에 말아먹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남는 것은 <닌자가이덴>특유의 베고 또 베는 화려한 닌자 액션밖에는 없다. 그렇다. 아직 게임 구매를 후회하는 것은 이르다.
 
일단 야이바가 사이보그 닌자인 만큼 기존 주인공인 하야부사와는 다른 과격한 액션들이 다수 등장하고 있다. 하야부사가 날렵하고 빠른 닌자 액션이라면, 야이바는 ‘닌자긴 닌잔데 인간 핵병기 닌자’라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야이바는 인간의 손이 된 오른쪽 손으로 빠르게 검을 사용하는 베기 공격을 구사하고, 기계가 된 왼쪽 손으로는 많이 느리지만 그만큼 강력한 펀치를 사용한다(위, 윈터솔져?). 그리고 많은 적(이라 쓰고 불쌍한 좀비라 읽는다)들을 휘말리게 하는 체인 공격이 있다. 이 삼지선다 공격은 <닌자가이덴>시리즈를 아우르는 ‘약공격, 강공격, 원거리공격’과 같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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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하야부사와 다른 것은 야이바의 공격이 더욱 파워풀하고 호쾌하면서 대량살상(……하긴, 좀비를 죽여야 하니까)에 특화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기계화 된 왼쪽 손은 업그레이드가 가능해서 로켓 펀치나 사이보그 암 오프너 등 인간으로써는 절대 불가능한 액션들이 연출되기도 한다. 또, 사이보그 암을 사용하는 특수 공격으로 야이바에게는 ‘처형(Execute)’라는 필살기가 있는데, 적의 머리 위에 ‘!’마크가 표시되어 있는 사이에 L2버튼을 눌러서 발동하는 이 필살기는 말 그대로 목을 단번에 따 버리고 체력회복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는, 그러면서도 호쾌한 맛을 느낄 수 있는 중요 액션 포인트다.
 
야이바의 액션이 인상적인 점은 또 있다. 바로 좀비의 몸을 사용하는 액션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야이바는 겁도 없이(사이보그화가 되어서 그런가) 그래플링으로 좀비를 잡아 그것을 던지거나 돌리거나 해서 공격을 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좀비의 팔을 뽑아서 무기로 쓴다든가 하는 액션이 가능한 것이다(……기계 팔 달고 칼 들고 있는 놈이 무기로 쓸 게 없어서). 또 좀비의 머리에 불을 붙여 바주카처럼 발사하는 리가모터, 전기를 좀비의 몸에 둘러서 전기 속성을 부여하는 스파이럴 서브, 염산을 토하고 있는 좀비의 내장을 이용해 공격을 하는 버그파이프 등 좀비를 이용한 다양한(이라고 쓰고 더러운이라고 읽는다) 액션이 가능하다.
 
물론 글로 쓰면 더럽게 좀비의 몸으로 뭐하는 짓이냐, 좀비에게는 인권도 없냐(없겠지?), 라는 생각이 들 만하지만, 어쨌든 야이바의 지저분한 성격과 마인드는 이런 액션과 적절히 조화되어 파생 효과를 만들고 있다는 느낌이다. 확실한 것은 그 동안의 하야부사의 액션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부분임에 틀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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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점점 삼류 같아지는 이유는 뭔가요
이런 야이바의 호쾌하면서도 더러운 액션은 게임의 비주얼을 이루고 있는 카툰랜더링과 결부지어져 확실히 매력이 느껴진다. 정의는 개뿔, 내 복수를 위해 죽어라, 라면서 한 치의 자비도 없는 잔인 극악무도한 액션과 그를 뒷받침하는 ‘사지가 절단되고 피가 난자하는’정육점 연출은 무자비한 야이바의 캐릭터 성형을 더욱 뻥튀기 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액션이 알음알음 지겨워 진다는 것이다. 게임 중반부에 접어들면서 어느 정도 사이보그 암도 업그레이드를 하고 야이바의 좀비 신체 액션이나 처형 액션까지 손에 익을만 하면 게임에 지루함이 다가온다. 중간중간에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한 이벤트 신들은 볼만하지만 이제 저 앞에 좀비들을 때려 죽여야 하는 이용자들의 ‘노동을 하는’기분을 해소시켜 줄만큼은 아니다.
 
게다가 대체 이 세계에 왜 좀비들이 발생했는지 전반부에서는 전혀 설명이 되어 있지 않다. 게임의 개발에 참가한 이나후네 케이지가 데드라이징 시리즈에서 착안을 했다는 말로 좀비가 등장하는 <닌자가이덴>이라는 말을 했지만, 그래서 어떻게 <닌자가이덴>세계관과 결부시켜 좀비의 당위성을 설명할 수 있을지에 대한 해석이 부족하다. 그냥 ‘닌자가 엄청나게 적들을 많이 죽이는 걸 연출해보고 싶었어요’라는 액션덕후 이나후네 케이지의 솔직한 고백이 있었다면 이해가 됐을지도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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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이 어둡고 좀비들이 등장한다고 해서 이용자들에게 <바이오하자드>나 기타 좀비 게임들에 등장하는 긴박감, 쫓기는 듯한 쫄깃한 호러성을 느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야이바라는 캐릭터 자체가 다크하고 좀비한테 물려도 안 죽을 것만 같은 이미지(정확히 말하면 뒈져도 상관없는 이미지)이다 보니 파생된 감상이라고나 할까. 야이바의 목적은 좀비를 죽이는 것이 아님에도 어느새인가 좀비를 열심히 죽이고 있는 이용자 자신을 보고 있노라면 ‘나는 누구, 여긴 또 어디’라는 말이 나올 것만 같다.

이게 <닌자가이덴>10주년 기념작이라면 너무 슬프다
사실 하야부사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닌자가이덴>도 무슨 대단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하야부사 자체가 초인(超人이 아니라 超忍이다)인데다 우주 최강의 슈퍼 닌자, 1인 지구 방위대, 인간백정 수준으로 여겨지고 있는 만큼 베고 또 베어 넘기는 빠르고 경쾌하면서도 묵직한 액션이 최대 매력인 게임 브랜드다
 
하지만 하야부사가 최강의 닌자이면서도 숙명적인 남자의 길, 수라의 길을 걷는 ‘도인’이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세계관을 걸어가는 이야기를 그려내 왔기 때문에 이용자들은 하야부사의 이야기에 일종의 감정 이입을 하며 정의감과 숙명적인 느낌을 받으며 게임을 할 수 있었다(특히 남자라면! 으리으리하다). 유치하고 직관적일지라도 매력을 느낄 만 한 포인트가 확실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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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닌자가이덴Z>에서의 야이바는 마치 불량식품과 같다. 처음 먹는 맛은 굉장히 강렬하고 중독성이 있는 데 반해, 그것을 계속 먹다 보면 물리게 되는 것이다. 분명 좀비를 상대하는 액션 또한 독특한 맛이 있지만 그것 또한 이야기와 이용자들을 감정 이입케 하는 스토리 없이는 ‘킬링타임용’이 될 뿐이다. 좀비들의 속성을 이용한 파생공격, 보스의 몸을 파고들어 타이밍을 노리며 공격하는 액션 등의 재미도 게임의 수명을 늘려주기에는 불충분하다.
 
결국 게임을 아우르고 관통하는 핵심적인 ‘키워드’없이 자극적인 MSG만 섞어 넣으면 금새 질린다는 진리를 일깨워 주는 게임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애초부터 <닌자가이덴>과 완전히 별개의 게임으로 개발되어 왔다가 급선회를 해 버린 리스크가 ‘게임의 깊이’라는 점에서 크게 드러나 버린 것이다. 2시간 이상 플레이 하면 ‘한 손으로 맥주를 들고 게임을 해도’되는 B급 액션 게임이 된다는 점은 <닌자가이덴>이라는 브랜드의 이름이 아깝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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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후네 케이지와 팀 닌자가 <닌자가이덴>을 만들어 놓은 이타가키 토모노부의 색을 완전히 지우려는 생각이었을까. 브랜드의 핵심이자 심장이자 코어이자 아이콘이자 처음과 끝이자 모든 것인 하야부사가 사라진 <닌자가이덴>은, 역부족이라는 평가를 내려도 될 듯 싶다. <닌자가이덴>이 세상에 나온 지 올해로 10주년. 이 타이틀이 명작 액션 게임 <닌자가이덴>의 10주년 기념작이라면, 너무나 슬플 것 같다.


이용수 기자 piscrait@gameforu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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