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연시도 아닌 게, RPG로도 실격이야 '아가레스트 전기' 리뷰

리뷰 작성일 : 2014-04-24

 

 

Agarest Generations of War

게임포럼 양정훈기자2014.04.24 14:4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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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스팀을 통해 출시된 아이디어 팩토리(Idea Factory)가 제작한 <아가레스트 전기: 제로>의 전 작품 <아가레스트 전기>.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필자는 해당 게임의 플레이를 여러분에게 추천하고 싶지 않다.

 

RPG를 바탕으로 연애 시뮬레이션의 느낌을 물씬 풍기려하는 <아가레스트 전기>는 그 두 장르 중 무엇 하나도 제대로 가져가지 못했다간혹 쓸 데 없는 두 기능이 합쳐져 애물단지로 전락해버리는 그런 음식이 있지 않은가일명 퓨전 요리라는 녀석들조화를 잘 이뤄내면 끝내주는 맛을 선보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그럭저럭 먹을 만하다’ 싶을 정도거나취향에 맞지 않아 즉각 입에서 내뱉어 버리고 싶은 쓰레기 음식에 불과한 것들 말이다여기서 <아가레스트 전기>는 후자에 속할 듯하다. ‘RPG’라는 주재료는 캐낸 지 며칠이 지난 무 마냥 신선함이 떨어지며이를 조미하는 미연시라는 향신료 역시 적절히 배합되지 못한듯하다.

 

퓨전 요리를 통해 중식과 일식의 식감을 함께 느끼고자 한다면차라리 중식과 일식을 각각 따로’ 먹는 걸 추천해야 될 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가레스트 전기>는 중박 정도의 흥행 성공을 이뤄낸 작품이기도 하다. 또한, 그러한 흥행으로 인해 스팀을 통해 재출시됐고 어느 정도 관심을 끌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적절히 조화를 이루지 못한 '퓨전 요리'임에도 이용자들의 이목을 끌 수 있었던 원인은 무엇일까? 지금부터 함께 파헤쳐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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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인상까지는 좋았던 <아가레스트 전기>



일단 <아가레스트 전기>는 턴제 전투 방식을 채택한 전형적인 J-RPG게임을 플레이하다 보면 전투가 발생하고전투에서 승리하면 스토리가 알아서 흘러가는플롯 진행에 있어선 어드벤처 게임 스타일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봐도 무방한 게임 말이다.

 

<아가레스트 전기>는 시작하자마자 주인공과 캐릭터 간에 대화가 몇 차례 오고가곤 바로 전투 화면으로 돌입한다이 전투를 통해 이용자는 튜토리얼을 진행할 수 있는데해당 게임이 턴제 방식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각 페이즈 별 활동 방법에 대해 상세히 알아볼 수 있다이동 페이즈엔 어떻게 이동하는지전투 페이즈엔 어떻게 전투하는지 등이다.

 

게임의 특징을 시작한지 10분도 채 안돼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선 나쁘지 않았다. 10분 동안 이용자는 캐릭터 간 대화를 보며 이 게임은 미연시처럼 일러스트가 튀어나와 대화를 주고받는군스토리는 주로 이런 대화를 통해 진행되겠구나.”라고 충분히 유추할 수 있다또한 전투 기능을 보며 스토리가 대화로 오고간다면 중간마다의 전투는 턴제로 이뤄져 있구나.”라는 점까지 유추할 수 있다, <아가레스트 전기>는 저는 이런 게임입니다하고 게임의 특징을 10분 만에 이용자에게 이해시키는 것이다이런 배려는 충분히 게임에 대한 이용자의 인식을 개선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또한각 페이즈 별 튜토리얼 진행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구축했다는 점도튜토리얼을 싫어하는 필자 스타일의 이용자들에겐 꿀 같은 일이 아닐 수 없다게임은 플레이하면서 알아가는 게 진리라고 생각하는 필자 스타일의 게임 이용자들은 튜토리얼이란 개념 자체를 사전에서 제거해버리고 싶으니까!

 

그래, 10분만에 특징을 선보이고튜토리얼까지 선택권을 부여한 <아가레스트 전기>. 좋았다여기까진 좋았다날 기대하게 만들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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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부함의 극한을 달리는 <아가레스트 전기>의 스토리



<아가레스트 전기>는 주인공만이 아니라 주인공의 후손까지 정의를 위해 싸워야 한다는 특이한 설정을 가지고 있다맨처음 주인공으로 1회차 플레이가 끝나면그 자손으로 플레이를 하게되고또 그의 자손으로 다시 플레이를 하게 되는 구조인 것또한이 자손은 히로인과의 친밀도에 따라 성능(?)이 결정된다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면 더욱 강력한 자손을 손에 넣게 되고그렇지 않으면 허약한 자손을 얻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설정이 참신하다고 게임 스토리까지 참신할 순 없다일단 게임을 시작하면 컷씬을 통해 세계관에 대한 설명을 어느 정도 진행한 뒤 게임 화면으로 넘어간다이용자가 마주하게 될 잘생긴 주인공 레온하르트’. 행색을 보아하니 국가의 명령에 따라 전쟁을 치루는 장수 중 한 명이다그런데 시작하자마자 별 다른 계기도 없이 난 이 전쟁이 싫어난 여기서 나가야겠어'라며 전쟁에 회의감이 들기 시작한다는 개드립을 치기 시작한다낙하산에 꽂혀서 장군님 되셨어요아니 전쟁이 싫으면 뭣 하러 장군까지 진급하셨나요졸개 하다가 때려 치면 되잖아아니면 장군이 될 필연적인 이유라도 설명을 해 주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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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뭐 회의감이 드는 건 그냥 사소한 감정 중 하나일 뿐이다하지만 독자 여러분도 알다시피, ‘자신의 행동에 회의감이 들기 시작한’ 주인공이 그 행동을 지속할 리가 없다그리고 우리가 예상한대로 <아가레스트 전기>는 이런 대사가 오고 간지 10분도 채 지나지 않아 회의감을 거부감으로 변화시키는 적절한 계기를 주인공에게 마련한다. ‘아군’ 병사가 소위 말하는 가녀린 소녀를 처형하기 일보 직전이었던 것이다.


아군 병사는 절대 소녀를 겁탈한다거나기타 좋지 못한 의도를 가지고 있었던 게 아니다단지 상부의 명령에 따라 행동하고 있었던 것. 하지만 이를 목격한 주인공(항상 국가의 명령을 최우선으로 해야 하는 장군이라는 점을 유의하자)은 아무리 명령이라도 그렇지어린 소녀를 죽여!?’라고 발끈하며 자신과는 아무런 연관도 없는 소녀를 위해 오글거리는 대사를 아무렇지도 내뱉기 시작한다. “내가 널 지켜줄게라든지, “널 지켜주기로 한 게 약속이고따라서 난 어떻게 돼도 상관없으니 너부터 도망가라든지 말이다와우첫눈에 반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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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령 불복종은 어느 군사 체계에서나 즉결 처분의 대상이 될 수 있다주인공은 아군 병사에게 소녀를 풀어달라고 요청하고아군 병사는 상부의 명령에 따를 뿐이라며 처형을 집행하려 한다추가로 명령 불복종에 따라 이를 막으면 주인공까지 처벌하겠다고 이야기한다하지만 주인공은 이를 막아서고 결국 아군에게 칼을 들이대는 희대의 미친 짓을 감행하기 시작한다명령에 따라야 하는 아군 병사의 마음도 좀 이해해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주인공은 마침내 아군 병사와 1:3 전투를 벌이기 시작하고한명의 소녀를 살리기 위해 세 명의 병사를 희생시키는 참극을 발생시킨다아니애하나 살리자고 세 명을 죽이는 게 더 비윤리적인 거 아니냐고!

 

우리 주인공은 자신이 주인공 보정을 받고 있단 점을 정말로 잘 파악하고 있어서인지자신이 지금까지 장군이 되기 위해 쌓아 올린 공든 탑이나앞으로의 생계 걱정 따윈 자신이 스스로 정한 정의라는 구호 아래 무시해도 좋은가보다소녀 하나를 살리기 위해 세 명을 죽이는 자기모순 따윈 안드로메다로 보내 버린 지 오래기도 하고패기는 인정한다솔직히 한 편으로 좀 부럽기도 하지만 감정적으로 따지지 말고 이성적으로 따져보자그렇다면 주인공은 여자 하나 살리자고 적군도 아닌 아군 3명을 죽인 인면수심이며젊은 나이에 장군까지 달았다가 정의감 하나로 반란을 일으켜 자신이 쌓아온 업적을 한순간에 공중분해 시킨 이시대의 패기남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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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군 병사 세 명을 처리한 주인공은 이후 매우 강한 적을 만나 한순간에 개박살 나게 된다화려한 스킬을 연속으로 발동시키더니스킬 한 방에 전투가 종료되는 것이다일본의 인디 게임 <용사의 우울>에서 처음부터 매우 강한 적을 만나서어느 순간 점점 강해진 뒤 다시 만나서 복수를 하게 되는 그런 진부한 플롯은 아니겠죠?’하는 주인공의 대사가 그대로 <아가레스트 전기>에서 재현된다한마디로 누가 봐도 너무 개성 없고진부한 플롯이라는 것이다.



주인공이 전투에서 개박살 난 뒤 죽을 위기에 처하자 아리따우신 여자하나가 뜬금없이 튀어나와 네 영혼과 네 자손들의 영혼까지 자신에게 맡기면 살려드리는 건 당연하고 힘까지 세게 해드림이라며 사람 생명을 가지고 거래를 하기 시작한다이 친구 역시 인간의 존엄성 따윈 죽 쒀 먹은 게 분명하다.

 

이성적으로 판단했을 때 주인공의 행동거지 자체부터 모순이 발생하지만이런 부분을 제외하고도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아가레스트 전기>는 플롯 자체가 너무도 허술하고 진부하다인연도 없는 꼬마 아이를 돕기 위해 자신의 목숨까지 위태로워 지질 않나이 위기에 빠진 주인공을 인연도 없는 여자가 갑툭튀해서 도와주질 않나

 

차라리 스토리만 진부했다면 게임하지 마세요라고 서론에서 설명했을 이유는 없다플롯은 진부하더라도 충분히 잘 만든’ 게임들은 존재하는데 대표적으로 최근 출시됐던 <툼레이더 리부트>가 이를 잘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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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을 싹틔우는 꿀 같은 요소 '턴제', 하지만 이를 역행하는 <아가레스트 전기>

 


전략이 없던 분야에도 턴제’라는 요소가 적용되는 순간 전략 싸움이 꽃피우는 법, 그러나 이를 완벽히 뒤집은 게임이 여기 있었다. <아가레스트 전기>! 하하! <아가레스트 전기>는 턴제 전투 방식을 실시간 전투와 다름없을 정도로 구성하는 참신한 삽질을 했다니까요! 그럼에도 재밌으면 말을 안한다. 전투에 있어 숨막히는 액션이나, 사운드, 혹은 특유의 게임성을 내비치는 것도 아니다. 스킬 사용은 그나마 좀 화려해 봐줄만한 편, 하지만 '두뇌 싸움'이 3할 이상을 차지하게 되는 턴제 '전략' 게임에서, '전략'을 앗아가 버리는 것은 크나큰 실수가 아닐 수 없다.

 

적군 가까이 붙어 스킬만 주구장창 날려대면 어느새 전투가 끝나있는 <아가레스트 전기>를 한 턴마다 캐릭터 하나에 이동과 전투둘 중 하나만을 이행할 수 있도록 구축했다면 그나마 전략 구성이 가능했을 것이다하지만 <아가레스트 전기>는 이동과 전투를 각각 다른 페이즈에 배치함으로써 매 턴마다 동시에 수행이 가능하도록 구축했다매 턴마다 공격 한 번과 이동 한 번씩은 웬만해선 가능하단 얘기. AP라는 포인트가 부족할 땐 공격이 불가능하지만이마저도 관리하기 어려운 부분이 아니다.

 

또한게다가 전투 맵의 크기는 2번의 이동이면 맵 양끝을 오고 갈만큼 작다적 유닛이나 아군 유닛이 한번만 움직여도 바로 서로가 달라붙을 수 있으며초반부터 주어지는 스킬의 범위도 좁은 편은 아니기 때문에 이용자에게 공격할 수 없는 상황이 연출되기가 힘들다. 이 역시 이용자가 전략 따윈 펼칠 새 없이 육탄전만을 감행하게 하는 크나큰 단점.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중후반동료가 많아지게 되면 이용자의 캐릭터가 탱커와 힐러딜러 등으로 나뉘게 되는데 적군의 AI가 모자란 덕분에 탱커힐러딜러에 상관없이 닥치는 대로 공격한다피가 아무리 없는 아군 캐릭터일지라도 결코 어그로가 우선적으로 끌리지 않는다적군 AI의 어그로는 무엇에 따라 결정되는지 아직도 필자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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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레스트 전기>의 전투는 월드 맵 상에서 정해진 장소에 따라 캐릭터를 이동시킬 때 발생하게 된다닌텐도(Nintendo)의 <슈퍼 마리오 3(Super Mario 3)>를 플레이 해본 이용자라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월드나 스테이지도 아니고단순히 단판의 전투를 <슈퍼 마리오 3>처럼 구성했다. 이는 게임을 복잡하게 만들 뿐이다. 내가 몬스터를 잡기 위해 이 월드 맵 상에서 이동하는 건지, 다른 마을로 이동하기 위해 이동하는 건지부터가 헷갈린다. 물론제작진은 그렇게 구성하면 이용자가 더욱 즐거워 할 것이라고 생각했겠지. 빠져나올 수 없는 지옥을 걷는 느낌을 받았으리라곤 생각 못했을거야.

 

전략을 위해 존재하는 턴제를 무용지물로 만들어 버린 <아가레스트 전기>, 어그로의 개념 조차 없는 <아가레스트 전기>, 전투가 지루하더라도 결코 피할 수 없도록 만든 <아가레스트 전기>. 도대체 전투의 어떤 방면을 긍정적으로 평가해야 하냔 말이다.

 

그나마 화려한 스킬 기술들에 눈이야 어느 정도 즐거울 수 있겠지만 이것도 한계가 있어 얼마 안가 지루해지는 건 당연지사다결국 이용자는 이렇게 <아가레스트 전기>의 전투에서 남게 되는 지루함을 오토 시스템으로 해결하기 시작한다오토 시스템그렇다. <아가레스트 전기>는 대한민국 모바일 RPG 시장의 선두주자였다요즘 출시되는 모바일 RPG들은 대부분 전투가 자동으로 이뤄지는데이와 마찬가지의 시스템을 가진 <아가레스트 전기>의 오토 시스템은 가뭄의 단비가 아닐 수 없다출시일을 생각하면 <아가레스트 전기>가 오히려 빠른 편만약 이마저도 없었다면 대부분의 이용자가 게임 구입 후 땅을 치고 후회했을 확률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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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PG적 요소로 장비나 스탯도 물론 존재하지만이 역시 평범한 수준이거나 타 RPG보다 준수하다고는 말할 수 없는 부분이다장비는 특성이고 나발이고 다 집어 치우고 더 공격력이 강한 무기를 제작하는 게 답인 것이고스탯 적용은 체감상 잘 느껴지지 않는다.

 

이처럼 <아가레스트 전기>의 게임 전투 시스템은 여러모로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차라리 턴제 전투 방식이 아니라 실시간으로 치고받으며 싸울 수 있었다면 손맛이라도 있었을 것이고월드맵 전장 선택 방식을 이용하지 않았다면 어쩔 수 없이 진행하게 되는 지루한 전투를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또한어그로 개념에 조금만 신경을 더 썼다면 전략이라는 요소가 그나마 꽃피울 가능성이라도 볼 수 있었을 것이다장비나 스탯 부분은 그나마 타 부분에 비해선 준수한 편이기 때문에 개선을 갈망하진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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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미연시가 가지는 매력은 있는가?

 


<아가레스트 전기>는 아쉽게도 미연시(미소녀 연애 시뮬레이터)의 발끝에 간신히 미칠 정도의 게임성을 선보인다선택지를 통해 엔딩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지만 각 엔딩은 어떤 히로인과 결혼에 성공하느냐?’는 차이밖에 보여주지 않기 때문에 스토리’ 자체가 달라지는 기타 미연시들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또한, <아가레스트 전기>는 <스쿨데이즈>처럼 충격적인 엔딩과 노멀한 엔딩을 오가는 게임도 아니며선택지에 따라 사건 사고가 달리 발생해 다양한 콘텐츠를 전달해주는 게임도 아니다.


굵은 줄기의 플롯들이 선택지에 따라 달라지지 않고 그대로 이어지는데 어떤 미연시 유저가 <아가레스트 전기>를 플레이 하겠는가다른 히로인과 결혼하기 위해게임 플레이 타임도 길기 때문에 같은 이야기를 단순히 다른 캐릭터와 결혼하기 위해서 반복하는 미친 짓을 벌인 작자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물론가끔 소위 뻘짓을 하는 사람이 탄생하기도 하지만). 



즉, 일반적인 미연시는 엔딩 자체가 선택지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고각 엔딩까지의 플롯 역시 선택지에 따라 천차만별로 달라져 이용자가 한 게임을 플레이 하더라도 선택지에 따라 항상 다른 게임인 듯 플레이할 수 있다. 같은 스토리로 다른 엔딩을 보기 위한 <아가레스트 전기>와 다른 스토리로 다른 엔딩을 보기 위한 타 미연시의 스토리 라인과는 비교 자체가 불가능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가레스트 전기>가 적어도 어느 정도의 인지도를 가진 게임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게임 일러스트'의 퀄리티 덕분이다. 다른 많은 요소들이 게임성을 깎아먹었다고 하더라도, 천재 하나가 수백만명을 먹여살린다는 말처럼 단 하나의 장점, '게임 일러스트'의 퀄리티가 나머지 단점들을 보완할 수 있었던 것이다. 오히려 나머지 단점들 덕분에 <아가레스트 전기>의 일러스트는 이용자들에게 더욱 돋보였을 수도 있다. 특히 미성숙한 어린이부터 성숙한 어른까지 다양한 계층을 아우르는 히로인들의 모습과 각 히로인들의 몸매와 비주얼, 피부를 부각시키는 매끄러운 색상 및 선처리가 매니아층의 '덕심'을 자극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미연시가 '일러스트'와 '스토리' 두가지의 풀어야할 숙제로 갖고 있다면, <아가레스트 전기>는 후자는 포기하고 전자만을 취한 반쪽자리 미연시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제작진이 '일러스트'를 부각시켜 나름 인기 있는 작품으로 재탄생시킬 수 있었던 훌륭한 전략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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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레스트 전기>를 깎아먹은 수많은 단점, 단 하나의 장점으로 커버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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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레스트 전기>는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인물 간 대화와 전투 두 가지로 단조롭게 게임이 구성돼 있다이렇다 할 부가 퍼즐 요소가 존재하는 것도 아니며 그렇다고 대화나 전투의 연출이 화려해 눈길을 끄는 것도 아니다또한 <아가레스트 전기>를 미연시라고 부르기에도 애매하다. 하지만, 이러한 단점들이 잘 그린 '게임 일러스트'라는 하나의 장점으로 커버되고 있다. 미연시끼리 비교했을 때도 꿇리지 않는 일러스트 퀄리티를 선보이는 <아가레스트 전기>는 부족할 수 있는 게임성에도 불구하고 줄줄이 후속작을 내보내는 기염을 토했다.

 

물론단조로운 사운드나 남 캐릭터 색칠놀이 등 아쉬운 부분들은 더욱 많다하지만 그러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덕심을 자극하는 아름다운 일러스트들 덕분에 매니아층 유저를 끌어모을 수 있었다. 이러한 매니아층 유저는 후속작 제작에 있어 큰 힘이 됐을 것이고, 보이는 것처럼 다양한 후속작이 출시됐다. 하지만 위에서 말한 문제점들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아가레스트 전기>는 언제까지나 애매한 위치에 서서 어느 장르 하나 제대로 취하지 못한 타이틀이란 수모를 면하지 못할 것이다. 장점은 장점대로 살려나가고, 단점은 단점대로 보완하여 게임성과 비주얼을 동시에 가져갈 수 있는 훌륭한 게임이 되길 기원한다.


양정훈 기자 dddwwa@gameforu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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